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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김규환 팀장

 

 

 한국에는 병원이 없다.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다. 한국에는 인권이 없다. 한국에 온 난민들에게는. “우리 거나 잘해. 여기도 어려운 사람 많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난민을 위해 20년을 싸웠다. 마땅한 난민 지원센터가 없던 2009년 최초로 난민인권센터를 세운지도 10년이 흘렀다. 서울의 두 끝자락, 불광동과 항동을 오가는 난민인권센터 대표이자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의 김규환 팀장. 감껍질을 손수 깎아 말려 놓은 향긋한 곳에서 그를 만났다.

 

  

 

사회선교를 꿈꾼 야학 활동가

 

 학창 시절, 그는 동네 교회에 있는 야학을 다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곳에서 받은 사상적 세례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다. 대학에 가지 않고 활동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동시에 신학교에 들어가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때 보수 교단의 신학교를 다니던 교회 누나가 성공회대를 추천해줬다. “우리 학교는 재미없고, 안 갈 거면 모르겠는데 갈 거면 말이야.” 사회선교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조희연 교수나 신영복 선생님의 이름만 듣고, 가면 그런 사람들이 있나 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성공회대 신학과 92학번이 됐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야학을 계속했다. 학교 안에 붙어 있는 시간보다 학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다른 학교에 가서 세미나를 하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식이었다. 군생활이 끝나고 복학을 하면서부터는 신학과 수업이 아닌 사회학과 수업을 주로 들었다. 졸업을 앞두자 고민에 부딪혔다. 학생 운동은 끝이 날 터였다. 이제는 학생운동 차원이 아니라 시민과 사회를 대상으로 해야 했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NGO 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교직원으로 머무르고 있을 때라 부담도 덜했다. 그렇게 성공회대 풀 코스를 밟았다.

 

자기의 것을 조금씩 내어줘야

 

 그가 느낀 벽은 자신의 한계만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나 한국에 와있는 이주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 그의 눈에는 한국 사회가 ‘자기들의’ 문제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천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론에서도 자연재해가 아닌 이상 타국의 소식을 좀처럼 들려주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대의 필요성을 자각했다. “자기 것도 조금씩 내어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문제도 우리만 잘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국적 연대나 시민사회 간의 연대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2001년 버마(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한국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 난민 신청자들이 생겼다. 20명 중 3명만이 최초로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나머지 불허 인원들은 소송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출입국관리소 인터뷰에 동행하고, 인식 개선 등에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민 이슈에도 관심이 생겼다. 2008년 국내외에서 난민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단체 설립을 위해 찾아왔을 때에는 ‘한국 사회는 난민 이슈에 관심이 없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듬해 2009년 난민인권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서울혁신파크 내에 위치한 난민인권센터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사실상 난민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지원을 비롯해 상담, 법률 지원, 제도 개선 활동을 한다. 대표를 두번째 맡게 된 그는 예전만큼 활동력은 떨어졌지만 활동가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만은 가득했다. “대표라는 직함은 활동가들이 지치고 힘들 때 밥 사주는 역할이에요.” 그가 가장 큰 성과를 느낄 때는 난민이 잃어버렸던 일상을 회복할 때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대학교수가 된 분도 있고 문제가 해결돼 본국으로 돌아가 대표적인 NGO단체 대표가 되신 분도 있어요. 난민계의 정우성급이 됐다는 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이죠.”

 

유령 같았던 대상, 주체가 되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난민 담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과거에는 잊혀진 의제였던 게 작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신청자들 이후 갑자기 촉발된 것이다. 다각적으로 문제가 발화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종주의적, 여성주의적, 국제적 연대 차원 등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접근이 생겨났지만, 반면에 난민에 관한 혐오도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난민은 10년 넘게 유령들처럼 있었는데 필요에 의해 강제 소환됐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기독교를 중심으로 동성애, 양심적병역거부, 이슬람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됐고, 정치에서도 난민법 개악을 하면서 문제를 끌고 갔죠.”

 

 최근 기후 위기의 불평등으로 빈곤 지역에 기후난민이 늘어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난민에 대한 인식은 작년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사안을 넘어서 한 사회의 상태와 지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난민이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향으로 난민들이 발생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요.” 한국이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엔 당사자였고, 그 이후에는 목격자였고, 지금은 증언자 혹은 동반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으니까 지켜야 할 보루

 

 김 팀장은 현재 열림교양대학에서 교양학부 학생들의 상담과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양 과목에 대한 고민도 깊다. 얼마 전 교양 필수 수업에서 모 감독이 채식을 이야기하자 일부 학생들이 학내 익명 게시판에 채식에 대한 폄훼 글을 올렸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토론해야 할 문제를 익명 뒤에서 극단적인 감정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그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필수과목으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의 정권 암흑기는 교육 시스템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도 바꿔놓았다. 성공회대는 그에 대한 보루이자 피난처가 돼야 했는데 새로운 세대의 유입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공론장의 부재에는 학교가 영향력을 잃은 이유도 분명히 있다. 어느 시점부터는 큰 담론을 내놓지 못하고,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다른 가치들에 대한 발언권을 빼앗겼다. 이제 학생들은 직접적인 항의나 불이익을 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지만 말없이 분열하고 있다. 공론장의 형성은 일부 주체만의 자각으로는 불완전하다. 학교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 간의 논의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는 교양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양을 ‘학점을 쉽게 딸 수 있는 과목’이나 ‘전공보다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조사를 하면 예체능 과목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교양은 쉽거나 노력을 덜 할 수 있는 수업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교양은 한 사회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공부다. 학교는 교양 과목의 다양성과 수준을 넘어 근본 지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는 또한 텃밭을 가꾸는 농부기도 하다. 지난 여름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직원들과 함께 시작했다. 지금은 감을 수확해 깎아서 껍질은 말리고, 옥상에 곶감을 걸어 놓았다. 텃밭이 학생들과 직원들이 만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면 바란다. 내년에는 규모를 확장해 학생들에게 분양하고, 식물터널도 만들 예정이다. 그가 학생이었던 만큼이나 학생들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하다. “지금도 학교를 좋아하고, 그때도 좋아했어요. 학교가 저한테 준 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가 학생들에게 줘야할 게 아직도 많다고 생각해요.”

 

 바톤터치 인터뷰 주자로는 정재환 대학생협 이사장을 선정했다. 학생들이 생협을 좀 더 알고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학교의 지향 중의 하나가 사회적 경제나 공유 경제라서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인물 개인적으로는 청년 운동도 하고 당 활동도 하는 활발한 분입니다. 저랑 친하니 안 한다고 하면 전화주세요(하하).”

 

 

 

나수진 기자                             

noelcosm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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