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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적게 일하고 싶어요”

신문방송학과 이해인의 어머니 신혜경 씨

 

 

 ‘집안일’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집안일이 여성의 것이라는 통념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변하고 있다. 이러한 ‘가사 노동’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집안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를 만났다.

 이해인 학우의 어머니 신혜경 씨는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 일을 하며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다. 혜경 씨는 아이를 낳은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혹시 목돈을 쓸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취직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게 됐다.

활짝 웃고 있는 신혜경 씨 (사진=박희영 기자)

 

 

 가사노동은 온 가족의 일

 

“가사노동은 온 가족의 일이지 어느 한 구성원이 전담할 일은 아니라고 봐.”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요리를, 청소를 잘하는 사람은 청소를 할 수 있다. 혜경 씨는 요리와 빨래를 담당하고, 남편은 설거지와 쓰레기 버리기, 기타 잡일을 담당하고, 딸은 청소와 간단한 정리를 담당한다. 집안일은 엄마가 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돕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별에 따른 차별

 

 혜경 씨는 역사를 보면 분명히 성의 구별에 따른 부당한 차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날 혜경 씨의 동네에서는 남자들은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오히려 고부관계에서 시어머니가 ‘마귀’라고 불릴 정도였다. 혜경 씨가 어렸을 때 증조할머니가 작은할머니에게 집안일을 제대로 하라며 화를 내는 것을 많이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 논의하기 전에,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사냥을 하거나 외부의 침략자들과 맞서 싸울 때, 누군가는 집에서는 음식을 준비하거나 청소, 빨래 등을 담당해야 한다. 이 때, 여자들은 남자보다 아이에 대한 애착도가 평균적으로 높고,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밖에 없어 주로 육아를 담당했다. 여자들이 아이를 데리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은 여자가 하게 되었다. 즉, 역할분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부장적 질서의 요소도 분명히 있지만, 역할분담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평등’보다 ‘공정’

 

 혜경 씨는 획일적 평등 논리에 반대한다. 애초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경쟁해야 하고,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게 그나마 평등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동안 구별되어 진화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부터의 의식도 다르고, 육체적 능력도 다르고, 심지어는 사회적 의식마저도 차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주 쉽게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차이는 누구도 부정 못 할 거야.”

 

 혜경 씨는 더 편안하고, 고통이 줄어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평등’보다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남자하고 여자하고 100M 육상 경기 같이 해 봐. 누구라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거야. 60kg 남자와 60kg 여자가 복싱을 같이 한다고 생각해 봐. 정신 나갔다고 할 걸? 그걸 공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걸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평등’과 ‘공정’을 이야기하는 신혜경 씨 (사진=박희영 기자)

 

환경을 지키는 ‘최소 노동’

 혜경 씨는 목표를 세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끔 조금씩 욕심이 생겨 목표를 세우긴 하지만, 늘 반성하고 후회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동을 더 해야 때문이다.

사실 세상이 안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적응을 위한 노동을 또 해야 하니까. 간신히 적응했는데 세상이 자꾸 바뀌면 더 노동해야 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혜경 씨가 추구하는 노동이란, ‘최소 노동’이다.

 혜경 씨는 노동을 많이 할수록,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노동은 반드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엔트로피를 높여 무질서도를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가사노동을 포함한 노동은 지구를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혜경 씨는 ‘최소 노동’을 추구한다.

 

“나는 내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명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봐. 적어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니까. 그런데 노동을 하면 얼마나 더 심해지겠어? 내가 편하자고 그러는 것도 있지만, 환경에 피해도 덜 줄 겸 해서 최대한 적게 일하고 싶어. 회사 일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도 마찬가지야.”

“노동은 최대한 적게 하되, 하고 싶은 것은 할래.”

 혜경 씨의 가족은 누구보다도 집밥을 많이 먹는다. 아침과 저녁은 거의 같이 먹는다. 친환경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한살림’에서 매번 식자재를 구입한다. 환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식품을 덜 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하면 농약 때문에 잘 씻어야 하는데, ‘한살림’ 식품은 상대적으로 덜 씻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외부 음식을 이용하면 노동을 덜 해도 되지만, 취향에 맞는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밖에서 먹으면 편하지. 근데 나는 싱겁게 먹고 싶은데 밖에 음식은 짠 경우도 많고 마음에 드는 곳은 비싸고... 그러느니 그냥 집에서 해 먹어.”

 

 혜경 씨 가족이 노동을 하면서 얻은 것은 ‘짜증’, 잃은 것은 ‘시간과 에너지’다. 노동을 ‘최소한’으로 하며, 남은 시간은 쉬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즉, 최선을 다해서 노동하지 않는다. 돈을 버는 것도 최소화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번다.

 

“나 돈 더 많이 받는 직장으로 가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 봤니? 전혀 아니잖아.”

 

 세상에는 열심히 일해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혜경 씨처럼 하고 싶은 것을 적당히 이룰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가사노동도 마찬가지이다. 더 깨끗하고 멋진 집을 위해, 또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혜경 씨처럼 적당한 생활만 이어 갈 정도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일에 치여 지칠 때 혜경 씨의 ‘최소 노동’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기사                                

​이해인 기자                                

 (inn8@naver.com)                                

 

사진                                  

박희영 기자                                  

(qkrgmldud9902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