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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분노하던 청년, 기자가 되다

시사월간지 <워커스>기자 김한주

 

 

 김한주 씨의 졸업장에는 중어중국학과 신문방송학 두 개의 학위증서가 있다. 그는 어학 특기자로 들어올 만큼 중국어를 좋아했다. 입학 후에는 사회 문제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2015년에는 웹진 <잉크> 편집장까지 맡게 되었다. 당시 수업에서 교수님의 “자, 이제 여러분은 기자입니다.”라는 말이 아직 그에겐 선명하다고 한다. 처음으로 비판 논리, 세상을 향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그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는 계기가 되었고,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시사월간지 <워커스>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 = 본인 제공)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한 과정

 그는 <잉크>의 편집장과 동시에 중어중국학과 학생회장과 학교 연구소 조교도 함께 해냈다. 두 학과에서 모두 열심히 활동한 것이 보였다. 그의 멀티태스킹 비법은 “자신의 총 역량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때를 회상하며 “그때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의 활동에만 집중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돌아가도 똑같이 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휴학한 뒤 여행을 떠나겠다”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학교에 다닐 당시,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보며, 또한 그 사건을 다루는 매체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진실된 보도 없이 혼란을 증폭시키는 미디어에 분노했다.

 

“미디어가 이렇게까지 사회와 개인을 흔들어도 되는 건가,

그 영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분한 마음이었어요.”

 

 분노가 그를 움직였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섰다. 신문방송학 공부에 더욱 매진했다. <저널리즘>, <기사작성과 편집> 등의 전공 수업을 통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웠다. 학생회 활동은 공부한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의 장이 되었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언론운동을 이어가는 밑거름이다.

 

 

WORK와 LIFE, 그리고 LABOR

 그는 2016년부터 인터넷 대안언론 ‘참세상’의 월간지 <워커스>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재벌과 권력이 아닌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청년과 노동자를 비춘다. 100% 구독료로 운영되는 독립언론이다. 자본 권력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저널리즘을 지키고 있다. 사회 곳곳을 취재하며 주류 미디어 지형에 대한 회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바뀌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온몸으로 느꼈다. 괴로웠지만 기자로서 모순과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자신에게도 계속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눈에 띄는 <워커스>의 시각디자인. 가운데의 59호에는 김한주 씨가 직접 홍콩에 다녀와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실렸다. (사진 = 유채원 기자)

 

 흔히 직장을 고를 때 보는 조건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워크(Work)과 라이프(Life)의 균형(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한다. 막내 기자인 그에게 아직 라이프(Life)는 없다. 대신 노동(Labor)이 있다. 노동의, 노동을 위한, 노동에 의한 삶이다. 일로 시작하고, 일로 끝나는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는 보도 자료와 취재요청을 정리하고, 취재 일정을 편집장에게 보고한다. 그 날의 취재를 마치면 그의 하루도 끝난다. 공동 기획 기사는 역할 배분, 취재 아이템 기획 등의 또 다른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획 후에는 바로 실전으로 들어간다.

 

 3년간의 실전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취재로 “유성기업 노동투쟁”을 뽑았다.

 “노동자들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 임원을 주먹으로 때린 일이 있었어요.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알고 ‘조폭노조’라며 며칠 동안 사회 종합 헤드로 기사를 내보내더라고요. 저는 이 노동자들이 9년 동안 지내온 세월을 알기에, 그동안 회사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징계, 차별, 임금 삭감, 괴롭힘을 알기에, 한국 사회가 자본과 노동에서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인지 알기에, 기사에서 맥락을 설명하고 노동자 편을 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돌아온 것은 수백 개의 악플, 폭력을 옹호하는 “기레기”라는 단어, 기회사측에서 제기한 기사게재금지 가처분소송이었다. 약자의 편에 선 기자의 괴로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의 취재는 계속된다. 사회의 균형을 맞추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분노가 행동의 동기가 되기를

 “기자라는 직업이 ‘제4부’ 권력에서 종사하는 돈벌이, 명예직이 아닌, 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역할이고 싶어요.”

 

 2016년의 촛불로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생활비가 없는 일가족은 자살하고, 1500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길거리로 나앉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결함을 들춰내려면 구조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논해야 한다. 체제를 바꿔내고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김한주 씨가 생각하는 기자의 역할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저에게는 취재원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것을 배우게 돼요. 그렇게 저도 자신을 찾는 길을 걷는 ‘노동’을 하고 있어요.”

 

 살아가다 보면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몰라서, 귀찮아서, 바빠서 라는 이유로 관심가지지 않는다면 사회는 더욱 기울어질 것이다. 변화는 분노에서 시작한다. 분노가 모여 행동의 동기가 될 때 사회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개인 생활에서 WORK(일)와 LIFE(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사회의 균형에도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어떨까.

 

                               

유채원 기자                               

(dbco6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