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우리 18.0 <36.7> |  주소 : 서울특별시 구로구  연동로 320 성공회대학교 

등록일자 : 2019/12/19|발행인 : 최영묵 | 편집인 : 나수진  | 웹제작 : 경도현 | TEL : 02-2610-4218

Copyright  (c) 2019. neouli18.0. All rights reserved.

로고.png

*이 웹사이트는 크롬 브라우저와 해상도 1920x1080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일을 사랑해요”

성공회대 행복기숙사 경비원 이명하 씨

 

 개소한지 1년이 채 안된 행복기숙사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있다. 24시간 교대근무로 하루씩 기숙사에 상주한다. 그들은 하루 동안 많은 일을 한다. 기숙사 경비 업무 외에 방문객 관리, 택배 정리, 조리장・식당 순찰, 쓰레기 정리 및 분리수거 등의 일도 한다. 종일 한 공간에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지루할 법 한데, 그들은 학생들과 마주할 때 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한국사회에서 생각보다 보기 힘든 것이 노동자들의 웃는 모습인데, 무엇이 그들을 웃게 할까. 경비원 중 한 명인 행복기숙사 경비원 이명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기숙사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명하 씨 (사진 = 이해인 기자)

신문사에서 경비실까지

 그는 기숙사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런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기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넸고 가벼운 대화를 시작했다. 이야기 도중 그는 예상치 못한 전직을 털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그는 전직 신문사의 광고영업 사원이었다.

 

“제가 처음에 한국일보에 있었고, 국민일보가 창간할 때 회사를 옮겼습니다.”

 

 그는 신문사 재직 당시 광고를 유치해 신문사에 자본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신문사 내부의 상도 받고 해외 연수도 나가는 등 모범적인 사원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열심히 일해서 복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저는 살면서 진짜 이 직업을 사랑했습니다. 평생 신나게 일했고 신나게 놀았어요.

그런데 직장을 나오니까는 모든 게 금방 떨어지더라고요.”

 

 퇴임 후 많은 것이 변했다. 적어진 수입과 불분명한 신분이 그에게는 낯설었고, 빨리 다른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포크레인 운전, 장례지도사 등의 자격증도 따고, 각종 회사의 면접도 봤지만 모두 낙방했다. 계속되는 불합격의 이유를 사측에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나이가 많아서’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한 아파트의 경비원이 되었다. 회사에서 일하던 때와는 달리, 노인회장이나 부녀회장 등 아파트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는 사람들이 갑질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일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다고 한다. 아침에 거울 한 번 볼 수 있고, 구두도 닦을 수 있고, 자신이 일을 하며 늙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곳, 행복기숙사로 왔다.

 

 

“여기는 삼성정도 되는 것 같아”

 그는 낮에 안내데스크에서 근무를 하고 밤에는 경비실로 자리를 옮긴다. 근무 시에 먹는 식사 중 한 끼는 교내 식당에서, 한 끼는 싸온 음식을 먹는다. 식대가 따로 지급되지는 않는다. 안내데스크에서는 심심할 틈이 없다. 데스크에 계속 앉아있는 대신 제자리에서 뛰기 운동을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순찰을 돌 때도 계단으로 10층까지 걸어간다. 하루 평균 걸음 수는 2만 2천보이다. 밤에는 주로 순찰을 돌고 공용공간을 정리한다. 경비실 안쪽에 휴식 공간이 있지만 기계 때문에 전자파도 나오고,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일부러 통유리로 된 경비실에서 야전침대를 깔고 잔다.

 

 "수업이 다 끝날 때쯤 학생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리긴 하는데, 그래도 버려야 하는 곳에 버리니까 괜찮아. 우리가 그런 일 하려고 나온 사람이니까. 그게 지저분하다고 생각 안 해요." 만사가 다 ‘OK’라고 대답한다.

 

 신문을 보면 경비원의 낮은 대우에 대한 글이 나온다. 열악한 시설, 낮은 대우, 심한 경우에는 강제 해고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곳에 비하면 행복기숙사는 대기업 같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실내에서 근무하고, 근무 환경도 좋고, 학생들도 과분할 정도로 친절하다고 한다. 이명하 씨는 12월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실함을 믿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하는데 세상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믿음에 과장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그의 시선, 우리의 시선.

 최근에 생긴 유행어 중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 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그와의 인터뷰에서도 “라떼”가 많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것은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말이었다. 그는 오고가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다. 하지만 본인의 시선으로 학생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없다. 술 먹고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대신, 북어국 끓여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냐며 학생들이 자기 몸 상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향을 떠나 기숙사에서 타지생활 하는 학생들에게는 고생하는 만큼 후회 없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고 한다. 같은 말이라도 전적으로 자기를 위한 말이라면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고, 진정으로 남을 위한 말이라면 진심어린 걱정일 수도 있다.

 

 

 

 

 

 

 

 

 

경비원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사진 출처 = 성공회대학교 에브리타임)

 

 

“내가 집에서도 이번에 송편을 못 먹었어요. 요즘은 송편이 거의 없더라고.

근데 추석 다음날에 한 학생이 송편을 가져다줘서 너무 고마웠지.”

 

 학생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여러 가지다. 만날 때 마다 인사하며 안부를 묻고 맛있는 걸 나누는 학생도 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학교 익명게시판에 올라와서 학생들의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경비원의 노동을 너무 당연시하는 태도도 적지 않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경비원노동자 수면 관련 글 중 “야간 근무도 수당 받고 하는 건데 자는 것은 근무 태만이다”라는 식의 댓글이 달려 학우들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24시간 교대 중 식사와 수면시간이 지켜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박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당한 돈을 받고 하는 일에 가치를 매길 순 없다. 우리 자신도 우리 옆 사람도 모두 같은 노동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노동을 동정하고, 누군가는 노동을 무시하고, 누군가는 노동에 감사한다. 특정 노동 행위에 막연한 동정을 던지는 것은 오만이다. 미화, 3D 직종 등에 종사한다고 낮은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들의 노동을 당연시하고 권리처럼 행사하는 것 또한 오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노동을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퇴직하고 한반도를 한번 쫙 도는 게 꿈이야.”

 지금 그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와이프가 평생 돈 쓸 수 있게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족을 위해, 식구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값지게 느껴졌다. 그는 살면서 뭐든지 소홀히 한 적이 없다. 여가생활도 마찬가지다. 왕년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 지금도 쉬는 날에 친구를 만나거나 산책을 다닌다. 그는 퇴직 후 한반도를 환도(環島)하는 것이 꿈이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건강할테니 될 때 까지 환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나는 신나게 일했고 신나게 놀았어요. 일을 사랑한 만큼 노는 것도 열심히 놀래요”

 

 

기사                            

유채원 기자                            

(dbco66@naver.com)                               

 

                            

 

사진                            

이해인 기자                            

(inn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