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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닌,이 땅에서 이루어 가는 것

-신문방송학과 김예빈의 지인 낮은자리 교회 김은득 목사-

 

 현대는 자본에 의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다. 정의는 늘 가진 자의 편에 서 있고, 평화도 힘 있는 자에 의하여 조정되며,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되고, 세계와 자연의 질서는 무차별로 파괴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를 따른다는 교회조차 부유한 자들의 편에 서서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교회 건물은 갈수록 높고 화려해진다. 가난한 교인들은 그저 사후의 천국을 믿으며 무릎이 닳도록 기도할뿐이다.

 이러한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교회를 아파하는 이가 있다. 낮은자리 교회를 창립한 김은득 목사다. 김은득 목사가 꿈꾸는 천국은 하늘 위에만 존재하는 왕국이 아니다. 천국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이뤄나가야 하는 그의 평생 과제 이며 그를 가슴 뛰게 하는 삶의 동력이다. 김은득 목사를 만나 그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낮은자리교회 김은득 목사

 

 

허황된 꿈을 던져 보는 것이 시작

 

 경상북도 안동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은득 목사는 “자연스레 신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1986년 ‘서울 신학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스승과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이 땅 위에 천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것은 기독교 주기도문의 구절 중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에서 기인한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능력도 계획도 없었지만 우선 큰 꿈을 던져 놓고 그것을 이룰 방법을 구하는 기도를 하고, 골방에 모여 모의를 했다.

 

 

 김목사가 ‘이 땅 위의 천국’을 이뤄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운동성’이 있는 교회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가 이야기 하는 운동성이란 ‘나비효과’와 같다. 나비의 날갯짓이 어떻게 미국을 강타하는 토네이도를 불러오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날갯짓이 없다면 토네이도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믿는 예수의 방식이기도 하다. 예수는 신의 아들로 세상에 왔다고 하지만 그가 한 일이라고는 시골 마을에 기적을 몇 번 일으킨 것과 제자들을 가르친 것이다. 그리곤 세상의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예수가 그의 공생애 3년 동안에 중동의 작은 땅 이스라엘에서 펄럭인 이 날개 짓은 몇 백 년이 흐른 뒤, 토네이도가 되어 로마제국을 기독교 국가로 바꾼다.

 

“나의 행동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날갯짓을 할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공동체

 

 김목사는 1999년 7월 10일 낮은자리 교회를 창립했다. 낮은자리 교회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상가의 창고에 십자가를 하나 건 채 시작했다. 당시의 교인들도 10명 남짓이었다. 김 목사에게 숫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국 전체의 의식을 지배한 공자와 그의 학파, 전 세계에 공산주의 운동을 일으켰던 몇몇의 마르크스주의자들, 그리고 지금의 기독교를 있게 한 예수와 그의 열 두 제자들 모두 소수였다.

 

 혁명을 만들어 냈던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불가능 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낮은자리 교회는 ‘협동목회’와 ‘평신도목회’를 하고 있다. 기존의 개신교 교회들은 담임목사를 세우고 그 밑에 부목사들과 장로들이 결정 기구를 이루며 평신도들에게는 교회 운영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김목사는 교회의 수직적 구조를 해체시키기 위해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따라 동등한 협동목회를 추진했다. 또한 목회자 중심의 교회가 아닌 비전을 수립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교회 사역과 운영을 평신도 사역자들과 함께 하는 평신도 목회를 기획했다. 주변 교회와 동료 목회자들이 모두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낮은자리 교회는 20년 째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목회자들은 상 하 관계가 아닌 동료로써 목회를 이어가고, 달마다 평신도 운영진들이 모이는 ‘운영위원회’가, 반기마다 전교인이 교회 운영에 대해 회의하는 ‘늘개혁위원회’가 소집된다.

 

 

 

 

 

 

 

▲2018년도 낮은자리교회 늘개혁 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아버지는 평생을 교회에 헌신하셨지만 홀로 쓸쓸히 돌아가셨어요.”

 

 교회는 교인들에게 십일조와 헌신을 요구한다.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헌신했던 교인들이 늙거나 다쳤을 때에 교회공동체에서 감당하는 일은 따듯한 위로와 목사의 안수기도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친지들의 몫이다. 김목사는 이런 지점을 비판한다.

 

“공동체라면, 더욱이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라면 구성원들의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초대 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안에 가난한 자가 없으며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누어 쓰는 공동체, 세상 가치에 반대되는 삶을 살지만 세상의 부러움을 사고 사회의 긍정적 모델로서의 역할을 하는 공동체. 교회 공동체라면 그래야 해요.”

 

 김목사와 낮은자리 교회는 서로를 책임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하나 살이’ 운동을 벌였다. 하나 살이 운동은 ‘한 몸 살이’, ‘한 일 살이’, ‘한 밥 살이’로 나뉜다.

 ‘한 몸 살이’는 공동체가 개인을 책임질 수 있는 자금기반 마련을 위한 은행기구다. 한몸 살이 은행의 목적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천국의 실현에 있다. ‘한몸살이’은행의 회원들은 자신의 수익에 10분의 1을 매 달 출자한다. 그렇게 모인 출자금은 교회 청년들의 창업 지원, 교인의 갑작스런 수술 등 다양한 필요에 따라 대출된다. 이자는 1% 남짓이며 상환 기한은 스스로 약조한다. 타 협동조합 은행과 한몸살이 은행의 차이점은 은행의 돈이 외부로도 흐른다는 것이다. ‘한 몸 살이’운동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회원들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한몸살이 은행에 소개하고, 신용이 없어 대출이 불가능한 이웃들에게도 대출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이 도울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시스템 인 것이다.

 ‘한 일 살이’운동의 목적은 교인들의 일터를 ‘하나님 나라(천국)’로 혹은 그 수단으로 여기고, 그 나라에 자기를 실현하게 함으로 일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최고의 방식이 각자의 직업을 통한 노동임을 알게 한다. ‘한 일 살이’의 회원들은 매 달 모여 일터에서의 고민지점들을 나누고 서로 지원한다.

 ‘한 밥 살이’운동은 주기도문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에서 기인한 운동으로 과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용할 양식’ 정도를 구하고 소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공동체에서 누구라도 ‘밥 굶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구로서도 작용한다. 낮은자리교회는 2018년 ‘동네 밥집 식탁’을 개업해 ‘한 밥 살이’의 본부로 이용 중이다. 상근 직원들을 두고 매일 다른 메뉴의 백반을 준비한다. 외부인들에게는 일반 식당과 같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입의 7%는 지역의 가난한자를 위해 식권으로 상시 배치되어 있다.

▲김은득 목사가 ‘동네밥집 식탁’의 개업을 축하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 된다.”고 말하는 김은득 목사는 하나님을 왕으로 하는 국가를 낮은자리 공동체 안에서 건국할 계획이다. 작은 공동체가 기존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는 계속해서 또 다른 불가능을 향해 돌진한다. ‘그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사람들을 모아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이루어 갈 이 땅 위의 천국을 기대하며 그의 날개 짓을 응원한다.

 

글/사진=김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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