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그리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배주연씨 -

 

 하나의 영화제가 열리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직업이 있다.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수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제 색깔에 맞는 영화를 선정하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직업, ‘프로그래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배주연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충무로 영화제였다. 관객들과의 질의응답을 차분히 진행하던 그는 어떠한 계기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되었을까?

 

 

 

 

 

 

 

 

 

 

 

 

배주연 프로그래머 (사진=정지나 기자)

 

 

 한국에서 20년간 꾸준히 여성을 위해 벌리고 있는 영화제가 있다. 1997년 제1회 영화제가 개최된 이후, 영화를 통해 여성 인권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을 던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다.

 

관객에서 프로그래머가 되기까지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출처=네이버 이미지)

 그는 2003년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처음 접했다. 영상 관련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그 당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셨던 교수님을 뵈러 영화제를 처음 찾아갔다던 그는 다양한 국가의 여성 영화감독을 만나고 여성주의의 필요성을 느끼는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영화제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 후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일하던 그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측에서의 집행위원 제안을 받게 되어 본격적으로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다양한 프로그램 ( 출처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처음 영화제를 접했던 2003년에는 여성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최근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변화는 여성들이 주요 등장인물인 이야기들의 증가와 함께 여성 감독을 포함한 핵심 창작인력의 숫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 영화제를 접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성 감독의 영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영화 현장의 이단아이자 소수자로서 끊임없이 그 자질과 능력을 의심받아온 여성 감독의 얼굴을 재조명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특별전 프로그램 < 한국영화 100년 특별전 : 100년의 얼굴들 >을 만들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쟁점들을 다루기 위해 노력해 온 그는 그 중에서도 이른바 장학썬 사건 (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을 키워드로 잡아 룸살롱, 밀실, 단톡방 등 ‘룸’에서 이루어지는 성 정치를 영화제에 넣기로 했다. 그것을 위해 쟁점 포럼을 프로그램화하여 주제와 영화를 결정하는 작업을 했다. 그에게 영화제 프로그램은 단순히 관객유치와 즐거움의 수단이 아닌 여성 영화인의 입지를 되돌아보고 여성 주변의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였다.

  

“영화제의 슬로건을 프로그램에 잘 담아내는 것도 저의 역할이죠”

 

 1997년 처음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했다. 장소와 날짜가 평소와는 다르게 진행되어 부담감을 느꼈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준비했다고 그는 말한다. 매년 바뀌는 영화제의 슬로건은 영화제가 가진 의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구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성 감독 영화가 대거 출연한 상황 속에서 기존의 여성을 둘러쌓고 있던 벽들이 깨어지고 있다는 의미의 “20+1, 벽을 깨는 얼굴들” 이라는 슬로건을 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슬로건을 담은 포스터는 기존의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웃는 얼굴, 우는 얼굴 등 정형화된 이미지(벽)에서 탈피하자는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는 슬로건을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슬로건이 프로그램에 잘 스며들게 하는 것도 프로그래머의 몫이라 말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다.

 

 

 

 

 

 

 

 

 

 

 

 

 

제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사진 ( 출처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현재 여성주의 영화나 여성 감독의 영화는 독립영화, 저예산 상업영화, 상업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로서 표현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어떤 형태로 표현되든 여성주의 영화와 여성영화 감독의 영화가 자주 소비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를 위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영화인의 등용문이자 하나의 매개체로서 큰 힘이 되어준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아온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여성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공감한다. 영화가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는 그는 내년에는 집행위원으로 이곳에 참여한다. 영화제 속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성 인권영화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그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정지나 기자                             

ulleul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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