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가치를 찾는 ‘몸 공부’

신문방송학과 나수진의 친구 우형석씨 

 

 

 

 동의보감에는 양생법이라는 것이 있다. 양생이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무병장수의 비결이다. 고대 중국 전통에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기술로 양생법이 있었고, 진시황은 늙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해 명약을 제조했다.

 

 그는 어릴적부터 유난히 언어 능력이 뛰어났다. 변치 않고 싶은 것을 찾고 싶었고, 과학으로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으로 정복되지 않은 한의학에 매료됐고, 도가 수행을 만났다. 세기에 변치 않는 것을 찾고, 변치 않기 위해 수련을 하는 우형석 씨(31)의 이야기다.

 

과학과 종교, 변치 않는 것을 찾아서

 그는 어렸을 적 과학자를 꿈꿨다. 과학이 진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일시적인 쾌락이나 만족은 헛된 것처럼 보였다. “궁극적인 가치를 찾고 싶었어요. 호기심도 있었고요.” 과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사고방식과 교회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교회에서의 가르침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과학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앙을 무턱대고 거부할 수는 없었다. 종교 또한 대단한 역사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성경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읽어본 성경에는 감동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과학과 대치되지 않는 가치들이 담겨 있었어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요. 그 안에 있는 가장 일반적인 원리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그건 기독교 안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신이 사랑이라면 야훼나 예수라는 이름을 몰라도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이 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러한 생각들은 종교 전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다른 종교에도 비슷한 말을 한 구석들이 있거든요. 꼭 하나님이 한 사람, 한 민족과 만났을까. 이 세상에 많은 사람과 민족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다 만나주지 않았을까. 예수와 부처가 신을 만나 근원적인 원리를 깨우쳤다면 그게 거짓말이 아닌 이상 같은 신과 같은 원리에 대해 깨우친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공자가 하늘의 원리를 깨우쳤다면 동양의 하늘과 서양의 하늘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죠.”

 

과학주의와 동양철학, 세계관의 전환

 과학에 대한 우 씨의 관심은 중학생 시절 과학주의에 부딪혀 한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일부 과학적 지식들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과학자란 사람들이 모르는 것, 미지의 세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탐구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모르는 것이라고 매도하니까요.” 이에 대한 반항심으로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리라 결심했다. 한의학은 체계적이고 원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었다. 당시에 유행했던 사극 드라마도 우 씨의 관심에 한 몫 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한의학과 그 기반이 되는 동양철학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어려우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그중 궁극적인 개념이 되는 것이 ‘경락과 기’였다. 그 근본원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양생법과 단전호흡이라는 동양의 수행에 대해 알게 됐다.

 

“과학은 밑에서부터 증명하잖아요. 동양철학은 되게 높이 올라가서 전망을 내려다보고 이러하다고 설명해놓은 것들이 많아요. 그럼 직접 높이 올라가보지 않고서는 진짜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는 거죠. 그러다보니 제가 직접 산에 올라가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걸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수행이었죠.”

 

 

 단전호흡은 무협소설에서 나오듯이 단전에 기를 모아 초인적인 존재가 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소리인 줄로만 치부했던 것이 소설적 과장을 제거하고 나니 실제 한의학 내에서도 방법과 원리로 존재했다.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수행 단체들이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우씨는 그길로 도가수행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들은 점점 몸을 변화시켰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경험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처음에는 과학적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동양철학의 세계관을 몸으로 체득한 이후에 한의학의 원리와 실제를 과학적으로 밝혀내야겠다고 생각했죠. 과학으로 접근하기에는 동양철학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진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결국 공대에 진학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공부에 매진할 수도 없었다.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졸업 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동네 수학학원에 취직했다.

 

 “불교의 스님들도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는데, 저라고 다를 바 있나요. 수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다른 것에 대한 마음은 접어야 했죠.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수행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니까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버려지더라고요.” 그는 오늘도 수행을 하고 수업에 나간다.

 

수행은 신비주의나 종교와 무관

 그가 하는 도가 수행은 생소하기 이를 데 없다. 실제로 전철역에서 만나는 ‘도를 아십니까’나 사이비 단체들로 인해 도라는 말만 들어도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묻고 또 물었다. 그가 하는 수행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하는 걸까. 그에 따르면 그런 단체들 중에서는 신비주의 마케팅이나 사기를 쳐서 회원들에게 돈을 뜯어낸다고도 한다. 허무맹랑하고 무당 같은 이야기가 있는 곳도 있다. 그런 시중의 수행 단체들을 걸러 내기는 쉽지 않다.

 

 “도는 세상에서 근원적인 가치라는 건데, 용어는 같지만 기본적인 이해가 다르다고 봐요. 기독교에서의 신은 이 세상을 초월한 어딘가에 있는 신이지만 사이비에서는 누군가, 즉 사람이잖아요. 그곳에서는 교주가 있고 세상이 망하니 자기를 믿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죠.” 다시 말해, 한국의 수행 단체들은 원 목적과는 달리 변질된 부분이 많다. 워낙 마이너한 영역이다 보니 가짜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 그가 활동하는 카페에는 중국 무술에 관심이 있거나 미신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도가 수행이 종교적 목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을 할 것없이 틈만 나면 수행을 한다. 기와 혈을 순환시키는 도인체조를 거쳐, 뜸을 뜨고, 행공연단(한 동작에 오래 머물면서 단전에 집중하고 호흡하는 것)을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가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요. 수행을 하다 보면 자기의 몸과 마음이 변화해요. 몸과 마음이 바뀌는 것을 따라 걸어 나가다 보면 그게 재밌고 가치 있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글/사진=나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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