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한 법

홍영경 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공회대 분회장

 

 

 

 이번 학기 수강신청 기간 동안 학교 측에서 담당 교수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 혼란이 컸다. 그 이야기에 중심에는 ‘강사법’이 있다. 최근 강사법 시행으로 학교 안에 작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공회대 분회장인 홍영경 교수를 만났다.

 

 

 

 

 

 

 

 

 

 

 

 

 

 

 

 

 

 

 

강사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홍영경 분회장의 모습(사진=박희영 기자)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지 30년이 넘은 강사이다. 옛날만 하더라도 강사가 부족한 시기여서 일찍부터 강단에 서게 되었다. 1988년도 서울대 최초로 강사노동조합이 생기자 일하고 있던 학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평조합원, 대의원, 총무 등 여러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성공회대 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서 10년째 분회장직을 맡고 있다.

 

강사법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쟁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고 서정민 씨가 “한국의 대학이 원망스럽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교수와 그 제자들의 논문을 대필하고 ‘교수직을 원하면 거액을 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했다. 주 10시간 강의에 33만원 남짓의 주급으론 4인 가족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었다. 서 씨의 사망 이후 시간강사의 고용과 처우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이듬해 발의됐고,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강사법은 곧바로 시행되지 못했다. 시간강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이기도 하다. IMF 이전, 한 직장에 취직하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시간강사는 그렇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시작이 대학이라는 말도 있듯이, 대학들은 강사법에 대해 “비용이 든다”며 반발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비정규교수 측도 소수의 시간강사만 혜택을 보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그렇게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결국 2018년에 강사-대학-교육부의 각 대표와 국회에서 추천한 전문위원이 모여 합의안(노-사-정 협약 형태)을 만들었고, 올해 8월 1일 시행에 들어갔다.

 

일자리를 잃은 강사들, 줄어든 강의

 공통적으로 강의 대란이 일어났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인 1학기 때부터 교과과정 개편을 이유로 들며 학교들은 전체적으로 강좌 수를 줄여버렸다. 성공회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사법 시행 여파로 지난 1학기에 실직 강사가 약 7800명에 달했다. 홍영경 분회장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까지 사람을 쉽게 쓰고 버리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2학기에는 늦은 강사법 시행령 통과로 공채를 통한 강사 채용 기간이 촉박했고, 학생들은 수강신청 하는 날까지 강의를 맡게 된 강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강좌가 대폭 줄었고 그나마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형강의 보다 대형 강의 위주 수업이 많아졌다.

 

 

 

 

 

 

(사진=박희영 기자)

 

파이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강사법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궁금해졌다. 홍영경 분회장은 법의 빈 부분을 채워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첫째로, 강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임교원은 강의도 하지만 대학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역할도 한다.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9시간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 강사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간 조정을 통해 전임교수는 대학에 기여할 시간을 보장받고 강사는 강의시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둘째로 월급제를 도입해 강사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따라 강의가 있는 4개월만 시간당 강의료를 지급하거나 그 총액을 5개월로 나눠서 지급하기도 하며 방학에는 국가에서 책정한 2주치 방중 임금만 지급한다. 그러면 나머지 기간은 무급이다. 방학이 되면 강사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 월 일정 수준의 급여를 균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그들도 안정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올해 학교와 임금협상이 시작됐는데 월급제 형태로 개선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삶다워질 수 있는 것

 홍 분회장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조건이 노동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몸과 머리를 움직여서 이 사회에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 강사들은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나누며 학문을 재생산하는 것이 강사로서의 소명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동 할 수 있는 권리’가 지켜져야만 한다고 했다. 노동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되면 좋은데 지금 청년에겐 일할 곳이 없는 게 안타까운 문제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될 시기가 왔을 때 우리에게 노동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 지에 대한 고민도 덧붙였다.

 외래 교수실에서 인터뷰하는 동안 수업준비를 하러 들어오는 모든 강사와 편하게 안부를 묻는 모습을 보고 그가 노조를 조직하기 위해 수많은 선생님들과의 관계맺음에 얼마나 힘써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분회장직을 오랫동안 해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분회장직을 마치더라도 계속 자신의 자리에서 현실을 외칠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람들 옆에 서서 같이 외쳐주는 ‘연대’의 힘을 우리는 안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의 최전선에 서있는 그를 응원한다.

 

 

기사                            

김주은 기자                            

(jesj0404@gmail.com)                            

사진                            

박희영 기자                            

(qkrgmldud9902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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