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대한 열정은 나이와 무관하다.

신문방송학과 서은율의 아버지 서상일씨

 

 

 한국인에게 영어는 평생의 숙제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어 회화 공부를 하다 실패한 사람이 많다. 영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이가 있다. 서상일씨다. 그는 가족들에게 항상 ‘외국과 영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 영어교육의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의 일생에서 영어를 빼놓을 수 없다. 영어는 그를 괴롭혔던 존재이기도 하지만 전부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루어갈 꿈으로 남아 있다. 꿈을 위해 퇴근 후에도 영어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그의 영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은율의 아버지 서상일씨(사진=서은율 기자)

영어와의 첫 만남

 

 그가 영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때다. 영어를 싫어했다. 수업이 지루했고, 시험의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문법만 우선시하고 단어는 무조건 외워야 했다. 고 3때도 교육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시스템에 고통받았다. 한편으론 영어 회화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회화가 안 되면 영어를 공부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문과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대학 공부를 하면 회화를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학교 교육에 충실히 따랐다. 덕분에 경희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막상 공부해보니 생각과 달랐다. 학창시절 교육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에는 대략 70명의 학우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단 2명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서상일씨다. 회화는 학교가 아닌 학원과 독학을 통해 익혔다.

 

영어에 대한 열정

 

 지금은 세계화와 sns의 발달로 손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다. 그가 학생일 당시엔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영어학원에서 주는 자료와 녹음본이 전부였다. 무조건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지나가면 붙잡고 말을 걸었다. 어느 날은 실수인척 발을 밟고 사과했다. 그렇게라도 외국인들과 이야기 하고자 했다.

 

 노력 끝에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더 이상 한국에만 있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영어가 궁금했다.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시기였다.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공부했다. 마침내 89년도, 대학교 4학년,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행된 첫 해였다. 바로 배낭을 멨다. 그의 첫 해외여행지는 필리핀이었다. 그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영어권 중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해외엔 신기한 것이 많았다. 40일간 마닐라와 케손시티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사귀었다. 영어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이번엔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마침 학원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함께 스터디그룹을 했던 친구다. 용산에 잠깐 살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 친구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여행보단 유학 목적이었기에 동부 워싱턴 대학에 입학하고자 했다. 그러나 돈을 벌며 공부하긴 힘든 일이었다. 입학을 취소하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선물가게와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돈을 벌었다. 미국에선 온 몸으로 부딪히며 영어의 활용범위를 넓혔다. 1년 6개월간 생활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 경험들은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잘못된 방식의 대물림

 

 서씨는 힘들게 영어를 공부한 경우다. 영어 학원을 돌아다니며 녹음한 테이프가 한 박스다. 의도적 노력 없인 영어에 노출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이 발달해 검색 한 번으로 많은 영어자료를 얻을 수 있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자료만 많아졌을 뿐 지금의 영어교육도 그 시절과 다를 게 없다. 가장 개탄하는 부분이다. 부모세대의 실패가 자식세대에게 또 반복되는 것 같다.

 

과거 영어 공부에 활용했던 테이프 (사진=서은율 기자)

 

 그는 한국의 영어 교육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문법으로 시작해 시험으로 끝난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것이 자유로워야 한다. 시험용 언어는 소통에 도움되지 않는다.

 

 서씨는 영어 공부에 대한 신념이 있다.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는 문법부터 배우지 않는다. 소리와 갖가지 형태의 반복 속에서 익힌다. 언어에 나이는 상관없다. 나이가 많아도 영어를 처음 접한다면 무조건 보고 들어야 한다. 감각적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에는 많은 글을 읽고 써봐야 한다. 문법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참고용이다. 한국의 교육은 거꾸로 간다. 문법부터 시작한다. 시험 고득점이 곧 영어 실력자로 인정받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소통능력의 중요성

 

 그는 세 가지 이유로 언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화 시대, 넓은 선택의 폭, 감정 전달의 수단이다. 그 중심엔 영어가 있다. 만국 공통어기 때문이다.

외국은 더 이상 ‘외국’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아졌고 세계화 된지 오래다. 짧은 시간 여행을 가도 언어는 필요하다. 번역기가 대신할 수 있지만 불편하다. 현지인이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다. 결국 자신에게 손해다.

 외국어를 잘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의사소통이 되면 다양한 사람을 사귈 기회가 많다. 다른 나라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폭 넓은 미래 선택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번역기가 발달해도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언어는 문장만 전달하지 않는다. 감정도 전달한다. 표정과 감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런 부분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만 가능하다.

 

평소 즐겨 읽는 영어 관련 서적(사진=서은율 기자)

식지 않는 열정

 

 중년의 나이인 지금도 영어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한국에 있던 시간이 긴 만큼 영어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아직도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 아침 출근길엔 라디오 104.5(EBS)를 튼다. ‘김대균의 토익킹’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어 프로가 나온다. 무조건 듣는다. 주말엔 6시간 이상 외국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CNN, BBC, 넷지오그래픽 등 채널이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영어 책을 읽는다.

 

 서상일씨에겐 꿈이 있다. 영어 스피치 학원을 차리는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잘해야 한다. 지금도 영어공부에 열중하는 이유다.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 그의 또 다른 목표다.

 

글/사진=서은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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