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끝없는 배움

신문방송학과 최윤식의 주짓수 사범 홍창우 씨

 

 

 브라질리안 주짓수(이하 주짓수). 일본의 유도에서 파생된 브라질의 투기 종목으로 타격 없이 꺾기, 조르기 등의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이다. 최근 한국에서 다이어트와 호신술의 일환으로 각광받아 수련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홍창우(38) 사범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구일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주짓수 체육관의 사범이다. 주짓수를 수련한 지는 4년째, 블루 벨트를 매고 있다.

 

 

 

 

 

 

홍창우 사범(사진=본인제공)

 

도복을 입다

 처음 주짓수를 알게 된 건 2000년대 초, 무규칙 격투기 대회의 비디오를 통해서였다. 도복을 입은 사람이 챔피언이 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촌에서 주짓수를 배운 친구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찾아가 배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운동이 고파졌다. 2015년 즈음이었다. 당시 강남에서 모델 일을 하던 그는 이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가꿨다. 하지만 같은 동작이 끝없이 반복되는 웨이트에 어느 순간 질려버렸다. 그때 처음으로 다른 운동을 향해 눈을 돌렸다. 무언가 남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자격증이나 단증이 남는 복싱, 유도가 후보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좋은 도장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친한 동생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도복을 드릴 테니 주짓수 한 번 해보시지 않겠냐고. 주짓수는 수련의 증거로 띠가 남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운동을 마친 뒤, 함께 술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촌 체육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만 가볍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주짓수에 흥미를 느꼈다. 더 잘하고 싶어졌고, 점점 빠져들었다. 옷을 사러 가서도 도복이 떠오르고 핸드폰에는 기술 영상이 쌓여갔다. 모델 일도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워 남는 시간에는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 체육관 간판에 이런 말이 있어요. ‘무심코 시작한 주짓수, 당신의 인생을 바꿉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식상한데, 저한테는 딱 맞는 말이에요.”

 

주짓수의 매력

 주짓수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투기 종목이다. 하지만 기존 투기 종목들에 비하면 입문하는 연령층도 다양하고 그 수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주짓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주짓수는 다른 유술(타격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들에 비해 조금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주짓수는 스탠딩(마주 서서 대치하는 상황)이 부족하다 싶으면 유도나 레슬링의 기술을 배우거나 아예 타 종목들을 수련하기도 해요. 반면,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종목들은 그 종목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꽤 많죠.”

 

 주짓수를 음악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화성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만들어지듯 주짓수 역시 기본 구조 안에서 수많은 기술들이 탄생하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그 가짓수가 더 늘어난다.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 끝내는 방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얼마 뒤 그 기술에 맞서는 기술이 탄생한다. 연습할 게 너무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한다. 항상 배우겠다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짓수는 좋은 지도자, 좋은 파트너와 함께라면 모든 사람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상당히 안전하게 해소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갈림길에서 택한 주짓수

 그는 올 초 두 갈래 길과 마주했다. 하나는 모델의 길이었다. 미국에서 모델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명문 체육관도 많아 주짓수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제가 20대 후반이었으면 갔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외지에서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사는 데 적응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사실 모델을 주된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다른 길은 주짓수 사범의 길이었다. 미국행을 고민하던 중 몸담고 있던 체육관의 관장에게 사범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 오픈하는 도장이 있는데 아직 사범을 못 구했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어느 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일정을 정리한 뒤 새로운 체육관에서 사범 생활을 시작했다. (여담으로 지금 인터뷰하는 곳이 바로 그 체육관이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힘들었다. 자신의 기술에 갈증이 있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감정이 격해져 화를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은 체육관을 만드는 첫 번째 전제조건은 좋은 지도자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주짓수를 가르쳤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자 확실히 이전과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그리고 제 기술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기술들 위주로 연습했다면 이제는 사범으로서 다양한 기술을 제대로 정리해서 알려줘야 하니까요. 조금은 더 깊어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예전에는 정이 없는 성격이었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 자체를 상당히 싫어했었다. 하지만 주짓수를 배우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려졌다.

 

 “우스갯소리지만 주짓수는 뭐, 부대끼는 걸 넘어 서로 뒤엉키면서 싸우잖아요. 아무튼 주짓수 시작하고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예전과 달리 사람을 선 없이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로새긴 경험들

 

 

 

 

 

 

 

 

운동 후 동료와 함께, 홍창우 사범 사진 우측(사진=본인제공)

 

 제일 인상적인 경험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꼽았다. 같이 땀 흘린 동료들과 운동 후 술 한 잔 하며 주짓수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어떤 것을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그냥 어울리는 게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순수하게 주짓수를 하러 온 사람들과 만나면, 저는 분명 좋은 이야기와 추억들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검은 띠를 매고 체육관에 있을 거예요.”

 그가 꿈꾸는 미래다. 여전히 체육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주짓수와 함께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다.

 

 “삶을 돌이켜 봤을 때 남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그게 잘 살았던 삶인 거죠. 그게 저한테는 주짓수인 거고.”

 

 주짓수를 통해 인생의 한 축을 만들어가는 홍창우 사범이다.

 

 인터뷰를 마친 시각은 18시 30분이었다. 도복 위에 패딩을 걸친 중학생들이 슬그머니 도장 안으로 들어왔다. 홍 사범도 도복을 갈아입었다. 오늘 하루도 매트 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함께 롤링(주짓수의 스파링)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무도(武道)인의 모습이 아닐까.

글/사진=최윤식 기자                                      

(yunsik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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